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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시선] 두다멜의 마지막 선물 ‘서울축제’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9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일을 냈다.   LA필의 실세이던 매니징 디렉터 어니스트 플레이시먼이 당시 31세이던  핀란드 출신 에사-페카 살로넨을 뮤직디렉터로 기용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전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음은 물론이고 클래식 음악계는 그야말로 충격 수준, 모든 화제가 LA 필이었다. 살로넨은 당시 34세였지만 그 무렵 전세계 수준있는 오케스트라의 뮤직디렉터 연령층이 60~80세였으니 그 놀라움의 정도가 어떠했을지는 상상이 가능하다.   다행히 젊은 에사-페카 살로넨은 LA 필의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하며 훌륭히 뮤직디렉터 일을 성취해 냈다. 현재 LA 최고 문화 명소인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건립도 그 성과 중 하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7년 LA 필이 또 한번 일을 냈다. 이번엔  좀 더 강도가 셌다.   음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26세의 신예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뮤직디렉터로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출신 구스타보 두다멜은 이후 ‘파격 기용’의 대명사가 된 LA 필을 등에 업고 훨훨 날았다.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의 늙수그레한 지휘자에 익숙했던 청중은 곱슬 머리에 활짝 웃으며 열정적으로 지휘봉을 휘두르는 상쾌 발랄 마에스트로에 열광했고 그는 곧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운이 좋아 하루아침에 별이 된 건 아니다. 17세에 베네수엘라의 유명 교향악단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뮤직 디렉터로 활동한 그는 23세에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 그 실력을 전세계에 알렸다.   열정적이고 대범한 제스처, 작곡가의 특성을 족집게처럼 쏙쏙 집어내 마치 파도처럼 오케스트라를 휘어잡는 정교한 지휘로 전세계 교향악단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에 빈 필, 베를린 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는 27세엔 지휘자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웨덴 예테보리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 자리에 떡 자리 잡았다. 그리고 LA 필에 전격 스카우트, 2009~2010 시즌부터 뮤직디렉터로 활동해 온 것이다.   LA 필하모닉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공적은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을 크게 활성화했다. 특히 어려운 가정에 혜택을 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청소년이 음악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바른 삶의 길 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LA의 별이었던 그가 2025~26 시즌을 마지막으로  LA 필을 떠난다. 그가 새 뮤직디렉터로 옮기는 곳은 뉴욕 필하모닉. 월드 스타를  영입하게 된 뉴욕 필은 벌써 그를 맞을 준비로 들떠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그가 LA 필을 떠나기 전 한인 커뮤니티에 엄청난 선물을 마련했다. ‘서울 페스티벌’이라는 음악 축제가 바로 그 멋진 선물이다.   오는 6월3일부터 10일까지 무려 일주일간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무대에  펼쳐지는 ‘서울 페스티벌’은 한인 뮤지션이 주도하는 음악 축제다. 현대 음악계 큰 별로 불리는 작곡가 진은숙씨 기획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한인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 한인의 지휘와 연주로 LA 필과 함께 소개되는 상당히 수준높은 음악제다.   세계 음악계에서 빛을 내고 있는 한인 뮤지션이 대거 참여한다. 뉴질랜드와 스위스 등지에서 공부한 이안 환이 LA 필 위촉으로 작곡한 ‘봄이 다시 온다(Spring Will Come Again)’가 세계 초연되며 프린스턴대 교수인 서주리 작곡가도 피아노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들고 온다.     뉴욕필에서 초연, 극찬을 받은 진은숙씨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대한민국 관악의 대표연주자로 불리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의 협연으로 서부 초연되는 것도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이외에도 김택수, 전예은, 배동진, 케이 규림 리 등 현대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곡가의 곡이 소개되고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비올리스트 이유라, 전위적 연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대금 연주자 유홍도 이번 서울 음악제를 빛낸다.   그동안 한인 연주자에 아낌없이 무대를 제공해 준  LA 필이지만 이번처럼 일주일 내내 한인 음악인을 무대에 세워 한인 작곡가의 곡을 소개하는 뮤직 페스티벌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인 커뮤니티로서는 큰 경사고 기쁨이다. 게다가 이번 축제가 LA필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구스타보 두다멜의 리더십 아래 펼쳐진다는 것도 매우 뜻깊다.   아름다운 계절 6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 향기롭게 피어날 ‘서울 페스티벌’에 한인 커뮤니티의 큰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무대와 시선 서울축제 선물 뮤직디렉터 연령층 전세계 교향악단 클래식 음악계

2025-05-28

[J네트워크]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

지난달 21일 뉴욕 카네기홀 바깥에는 공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공연장 객석에 들어가는 대신, 출연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이날 주인공은 영화음악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 올해 90세기 된 그는 2020년과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에서 지휘자로 ‘데뷔’했고, 이날은 드디어 뉴욕에서도 지휘자로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영화음악,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위촉한 작품이었다.     이날 함께 무대에 선 무터는 “윌리엄스의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 듣기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고 뉴욕 클래식 라디오 채널인 WQXR 인터뷰에서 말했다.   클래식 음악의 경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영화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의 어린 시절 기억을 채웠지만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카네기홀, 안네 소피 무터가 90세가 된 그를 불러내고 있다.   윌리엄스가 영화음악을 시작한 1950년대에 그의 음악은 대중음악으로 분류됐다. 우리가 아는 바흐·하이든 등에 뿌리를 둔 서양의 고전음악은 그 시절 한참 먼 곳에 있었다. 작곡가들은 고전적 질서 대신 반(反)법칙을 만드는 데에 골몰했다. 현대 음악에 대한 대중의 공포 또는 외면이 생겨났다.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나 윌리엄스의 잘 조직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클래식 음악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요즘 세계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는, 한국의 진은숙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은 난해하지 않다. “머리가 아닌 귀를 사로잡는 청취의 즐거움”(음악학자 강지영)을 주는 진은숙은 전위성으로 멀어졌다가 청중에게 다시 돌아오는 음악의 경향을 대변한다.   또 요즘 클래식 라디오만 틀면 나오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복잡함에서 벗어나 듣기 편한 음악이다. 대표곡인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틱톡에서 누적 조회 130억이다.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경계는 넷플릭스 ‘브리저튼’에서도 보인다. 이 시리즈가 사용한 마돈나·너바나·리아나의 음악이 클래식 영역에 새로 들어왔다. 시리즈를 위해 편곡된 버전은 현악 4중주가 주를 이룬다. 서양 음악사의 거의 모든 작곡가가 최상의 경지로 여기고 골몰했던 장르 아니던가.   이런 작품들이 클래식 음악일까. 최근 경향을 종합했을 때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렇다’다. 혹은 질문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클래식 음악은 법칙의 시대, 실험의 시대를 지나 이제 청중의 시대로 들어왔다. 듣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대중음악 클래식 클래식 음악계 뉴욕 클래식 클래식 영역

2022-05-27

[왜 음악인가] 이 음악도 클래식?

지난달 21일 뉴욕 카네기홀 바깥에는 공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공연장 객석에 들어가는 대신, 출연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이날 주인공은 영화음악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 올해 90세기 된 그는 2020년과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에서 지휘자로 ‘데뷔’했고, 이날은 드디어 뉴욕에서도 지휘자로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영화음악,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위촉한 작품이었다. 이날 함께 무대에 선 무터는 “윌리엄스의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 듣기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고 뉴욕 클래식 라디오 채널인 WQXR 인터뷰에서 말했다.   클래식 음악의 경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영화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의 어린 시절 기억을 채웠지만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카네기홀, 안네 소피 무터가 90세가 된 그를 불러내고 있다.   윌리엄스가 영화음악을 시작한 1950년대에 그의 음악은 대중음악으로 분류됐다. 우리가 아는 바흐·하이든 등에 뿌리를 둔 서양의 고전음악은 그 시절 한참 먼 곳에 있었다. 작곡가들은 고전적 질서 대신 반(反)법칙을 만드는 데에 골몰했다. 현대 음악에 대한 대중의 공포 또는 외면이 생겨났다.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나 윌리엄스의 잘 조직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클래식 음악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요즘 세계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는, 한국의 진은숙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은 난해하지 않다. “머리가 아닌 귀를 사로잡는 청취의 즐거움”(음악학자 강지영)을 주는 진은숙은 전위성으로 멀어졌다가 청중에게 다시 돌아오는 음악의 경향을 대변한다.   또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복잡함에서 벗어나 듣기 편한 음악이다. 대표곡인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틱톡에서 누적 조회 130억이다.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경계는 넷플릭스 ‘브리저튼’에서도 보인다. 이 시리즈가 사용한 마돈나·너바나·리아나의 음악이 클래식 영역에 새로 들어왔다. 시리즈를 위해 편곡된 버전은 현악 4중주가 주를 이룬다. 서양 음악사의 거의 모든 작곡가가 최상의 경지로 여기고 골몰했던 장르 아니던가.   이런 작품들이 클래식 음악일까. 최근 경향을 종합했을 때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렇다’다. 혹은 질문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클래식 음악은 법칙의 시대, 실험의 시대를 지나 이제 청중의 시대로 들어왔다. 듣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왜 음악인가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계 뉴욕 클래식 클래식 영역

2022-05-25

“음악은 내가 세상과 관계 맺는 유일한 방법”

“한인 여성 최초로 이런 영예를 안게 돼 정말 놀랐고, 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최우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을 수상한 한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46)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를 떠올리며 “이런 영예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무대로) 달려갔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이 이번 앨범(수상작)에 있는 모든 작곡가를 전면에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작품은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음반이다.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동명의 온라인 공연 시리즈에 바탕을 둔 앨범이다.   제니퍼 고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명의 젊은 작곡가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짧은 바이올린 독주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해 4월부터는 자신의 집에서 작곡가들의 신곡을 연주해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이렇게 모인 40곡으로 정식 앨범을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19는 모든 공연을 중단시켰고,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했다. ‘얼론 투게더’는 이 유행병에 영향을 받은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을 돕는 일”이라면서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음악 단체 ‘아르코 컬래버러티브(ARCO Collaborative)’를 통해 작곡가들을 후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음악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니퍼 고는 11세 때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2위에 올랐다. 1995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 유망주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았다. 오벌린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18년부터 뉴욕 매네스 음악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음악의 의미를 묻자 그는 “평생을 음악가로 살아왔다. 이는 제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이 음악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이 표현하려는 것에 반응한다는 뜻이다. ‘얼론 투게더’와 같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세상을 관찰하고 귀를 기울여 반응한 것”이라고 했다.   제니퍼 고는 그래미상 수상 후 첫 라이브 공연을 오는 12일과 14일 갖는다. 12일엔 UC샌타바버러에 있는 아츠&렉처스(Art‘s&Lectures)에서, 14일은 UCLA에 있는 아트 퍼포먼스 센터(Center for the Art of Performance)에서 열린다. 제너퍼 고는 “청중들 속에서 많은 한인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다음 작업으로 6·25 전쟁 때 월남한 후 미국에 이민해 교수가 된 어머니와 미국 내 소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음악극을 준비 중이다.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는 그는 “어머니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게 돼 너무 기쁘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경험한 것이 작품에 담길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계 소수자의 경험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음악 관계 클래식 음악계 커티스 음악원 음악 유망주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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